등불의 하소연
.. 큰 일을 위해 스님은 이렇게 하루하루 바쁘신데
저는 제자리에 앉아서 뭘 하고 있나 싶습니다.
요즈음은 조바심 안 가질려고 해도 조바심이 나서
예전보다도 더 자주 체하기도 하고
한기가 들기도 해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무심히 넘기던 신랑이 마음은 조금 열린 듯 한데
(안하던 병 간호라면서 곁에서 애쓰는 모습이 역력한 거 있죠.)
절 더러 그러더라구요.
굳이 억지를 써서 애기를 갖고 싶냐고.
너랑 나랑 둘이 잘 살아도 되지 않나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고아원에서 어린 애기 하나 데려와 키워도
좋은 일 하면서 살다 가는 거 아니겠냐고..
스님...
신랑하고도 이렇게 맘 맞추기가 힘든데 과연 애기를 낳으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마음 다스리면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상량식 행사에 참여 하고 싶은데 또 여건이 허락치가 않을 거 같아
이렇게 애가 탑니다.
혹여라도 갈 수 있게 된다면 몇시까지 가야 하는지요?
스님도 맘고생 맘고생 심하실텐데
저 역시 부담되는 글을 남기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이렇게 맘이 안정이 안 되어서 그런지 회사일도 자꾸 꼬여만 가구요.
큰 실수를 해서 금전적으로 맘 적으로 손해가 생겨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어서 빨리 원하는 좋은 소식이 있어야 하는데...
항상 두 손 모아 고개 숙여 기도하는 맘 뿐입니다.
스님 날씨가 스산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어려울때만 찾는 거 같아 미안합니다.
답글;
등불님
병이 다 났으니 어떡하나
하기야 살다보면 안 아프고 살수 있나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한 법인데
아이 때문에 마음 너무 조이는 것 같구먼
자식은 억지로 안 되는 것입니다
인연이 싹트는 시기여야 되는 것인데 너무 조바심먹지말고
때를 기다리는 게 좋을듯합니다
지금까지도 살았는데
마음 조급하게 먹는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마음 편히 하고 기도하면서 부처님 처분을 기다리세요.
얼마나 마음을 조였으면 병이다 났을까
아직은 때가 조금 이른 것 같으니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기도나 해요
그리고 상량식은 12에 대들보가 올라가는 시간이니
늦어도 11시 30분까지는 와야합니다.
보타암으로 오실려면 11시까지 와야하고요
항상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랄게요
그래야 예쁜 아기 낳지
마음에 등불을 밝혀놓고
가슴에 태양을 모시면
머지않아 좋은 소식 있으리라
20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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