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슴으로..(법정스님)
- “나눔은 자신을 내어 주는 기쁨” -
- 사랑이 싹트는 순간 다시 태어나 -
요즘의 우리는 무언가 참지 못하고
인스턴트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세태인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음악을 들으니 그동안 내 감성에 묻어 있던 녹이
슬슬 벗겨지는 것을 느낍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있고 없음은 서로를 낳아주고, 쉽고 어려움은
서로 이루어지며, 길고 짧음은 상대를 드러내주고,
높고 낮음은 서로 다하게 하며, 음과 소리는 서로 화답하고,
앞과 뒤는 서로 뒤따른다”
즉 사물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것은 어느 한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물을 보는 동양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존재는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해 상대와 함께 어울림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텅빈 공의 세계에 의해서
유지 존속됩니다.
생명의 바다에서 보며는 부증불감, 불생불멸
즉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태어나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는 뜻입니다.
단지 모양만 변할뿐 실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떨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 있듯이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근원적으로 인간이라는 밧줄에
서로 맺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연기라는 전체에 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이웃의 도리는 따뜻한 마음을 나눔으로써
뿔뿔히 흩어진 개개인을 하나로 이어주는 길입니다.
이웃은 인연이 없는 타인이 아니라 곧 내 분신이고
뿌리이기 때문에 한 생명입니다.
이 세상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내 자신은 불행한가 불행하지 않은가 스스로 물어 보십시오.
우리들 가슴에 따뜻한 사랑이 없기 때문에 불행해집니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라도 불행해질 수 있으며
비록 가진 것이 없더라도 자신의 삶을 맑고 넉넉하게 가꾸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읍니다.
사랑하는 따뜻한 가슴 없이는
그 어떤 위대함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따뜻한 가슴을 간직하고 있는 데
다만 열리지 않고 있을 뿐입니 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살아 있는 모둔 유정, 무정들에게
가슴을 활 짝 열어야 합니다.
가슴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사랑이 우리들 따뜻한 가슴에서 싹트는 순간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이것 이 진정한 탄생이며 생명의 신비입니다.
사람에 대해서 애정이나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그들을 행복하게 할뿐 만 아니라 내 자신의
내적인 평화도 함께 가져옵니다.
무언가를 위해 헌신적 인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거룩한 것입니다. 종교란 무엇입니까?
더 말할 것도 없이 선량한 감정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면서 하루하루 자비심을 실천하는 것이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이 수행해 야 할 과제요 화두이며
정진입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일,
자비심을 이웃에게 마음껏 나누어 주는 일,
이것이 바로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부모형제,
스승, 친구들은 말할 것 도 없고 남편
혹은 아내의 은혜 뿐만 아니라 공기와 물 흙 바람 등에서도
많 은 은혜를 입고 삽니다.
한 순간도 없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귀중한 존재들 입니다.
그런 귀한 존재들을 아무 값도 치루지 않고
무상으로 받아 쓰고 있 습니다.
우리는 이 지중한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는가.
그것은 감사하 는 마음으로 더럽히지 않고
그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이웃에게 되돌려 줄 수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을 회향이라 합니다.
보시는 육바라밀 가운데 첫번째 실천윤리로서 삶의 완성이요
세상을 살아가 는 데 으뜸가는 덕목입니다.
왜냐하면 서로 나누어 가지는 과정 속에서
긴밀 한 인간관계가 형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사윤회의 근본요인을 탐, 진, 치 삼독심이라고 하는데
이 탐욕에서 벗어 나려면
먼저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 지 않는 것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보다 넉넉한 세계를 지닐 수 있고
지혜와 자비의 싹이 터서 꽃이 피어납니다.
가진 것을 베풀 때 그것은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베푸는 것은 자신을 내어 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기쁨으로 베푸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기쁨이 바로 보상입니다.
또한 고통으로 마지못해 베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고통과 마지못해 실천하는 것이 그들의 보상입니다.
그러나 베풀되 고통도 모르고 기쁨도 찾지 않으며
덕을 행한다는 생각조차 없이
무심히 베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무주상보시를 행하는 이들입니다.
무주상 보시로 나누며 사는 사회를 다함께 가꾸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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