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본체는 본래 공하다
〈71〉영가선사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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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 證實相無人法 刹那滅却阿鼻業 若將妄語衆生 自招拔舌塵沙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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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실상을 깨달아서 사람도 법도 다 없어지니
찰나 사이에 아비지옥에 들어갈 업장이 소멸하여 버렸다.
만약 거짓말로써 중생들을 속인다면
발설지옥에 들어가서 무한한 세월을 지내게 됨을 자초하리라.
죄의 본성은 안 밖 중간 없어
그 마음 그렇듯 죄도 그러해
해설 : 배울 것이 다 끊어지고 할 것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모든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 보아 알고 있다. 그 진실한 모습이란 나도 없고 너도 없고 사람도 사람의 대상도 텅 비어 없음이다. 일체 존재가 본래로 다 없음을 아는 경지다. 이와 같은 경지가 되면 복덕도 없고 죄업도 없다. 천상에 태어나고 극락에 태어날 공덕을 쌓음도 없고 그 공덕으로 받을 복덕도 없다. 뿐만 아니라 죄업도 없으며 죄업을 지어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에 떨어지는 일도 또한 없다. 텅 비고 텅 비어 나도 없고 삼천대천 세계도 없다.
이것은 진실이다. 만약 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나는 내 스스로 혀를 뽑아 보습으로 삼아 밭을 가는 발설지옥에 떨어져서 수억 만 년을 지내게 되리라. 위에서 말한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여기겠지만, 영가스님과 같이 이치를 아는 사람은 이렇게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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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 有二比丘犯殺 波離螢光增罪結 維摩大士頓除疑 猶如赫日消霜雪
[如云 但從顚倒生 無有住處 又如念本空 所變何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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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두 비구스님이 있어 음행계와 살생계를 범하였는데
우파리 존자의 반딧불 같은 소견은 죄의 결박만 더하게 하고
유마 대사가 의혹을 한꺼번에 제거한 것은
마치 뜨거운 태양이 서리와 눈을 녹이는 것과 같네.
[예컨대 “다만 전도로부터 생긴 것이다. 일정한 주처가 없다”라고 한 것과 같으며, 또 “생각의 본체는 본래 공하거늘 변하는 것인들 무엇이 실답겠는가?”라고 한 것과 같다.]
해설 : <유마경> 소(疏)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부처님 당시 두 비구가 숲속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한 비구가 피곤하여 잠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나무를 하러 이 숲속에 왔던 한 여인이 잠이 든 비구를 보고 성욕이 발동하여 가만히 몸 위에 올라가서 비행을 저질렀다. 비구는 모르는 사이에 부정한 것이 흘러나와 드디어 잠을 깨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뒤에 한 비구가 그 사실을 알고는 함께 수행하는 비구를 파계하게 한 것이 화가 나서 그 여인을 꾸짖고 구타하려 하였다. 그 여인은 놀라고 두려워서 도망을 가다가 그만 낭떠러지에 떨어져서 죽고 말았다.
두 비구는 대승의 제1계인 살인계와 비구의 제1계인 음행계를 깨뜨린 것이 두렵고 부끄러워 감히 부처님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지계제일인 우파리 존자에게 참회시켜줄 것을 청하였는데 우파리 존자는 지계제일의 모범 수행자로서 원리원칙대로만 말하여 불통참회(不通懺悔)를 선언하여 두 비구의 죄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 사실을 본 유마거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파리 존자여, 이 두 비구의 죄를 더욱 무겁게 하지 말고 마땅히 죄를 소멸해 주고 그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라. 왜냐하면 그들의 죄의 본성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마음이 더러워지면 중생이 더럽고 마음이 청정하면 중생이 청정하다. 마음도 또한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으니 그 마음이 그러하듯이 죄도 또한 그러하니라”라고 하였다. 이 가르침을 듣고 두 비구는 그토록 자신들을 짓누르던 죄업의 덩어리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무비스님 / 조계종 전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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