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구체적인 관계의 실천
사랑이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내가 양보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이끌어 가려는 의지가 바로 사랑이며 자비입니다. 그러므로 사랑도 자비도 모두 관계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청소년 범죄자 그러니까 10대 남자 죄수들 중에서 90%가 초등학교 6학년 수준보다 읽기 수준이 낮다고 합니다. 못 읽는다는 것은 부모가 공부를 안 시켰거나, 제대로인 가정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들 가정은 관계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그러한 가정이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공부를 가르친다는 것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문제가 불교의 연기법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다.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다’라는 출중한 관계 의식이 정립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내 것만이 옳다라는 생각은 싸움을 부릅니다. 지금 페르시아만 사태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다 자기들만의 이슬람만 여호와만 옳다고 주장하는 관계 때문에 빚어진 사태입니다. 어렵게 풀게 아니라 근본적인 이데아를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불교는 포괄성을 띤 종교입니다. 사홍서원의 ‘중생무변서원도’에서 중생이라는 말속에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벌레, 모든 아귀 지옥 중생들, 일체만유의 중생들을 다 제도하겠다는 거대한 원이 담겨 있습니다. 관계의식을 출중히 가지고 자비나 친절 같은 아름다운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살면, 조그마한 자비로도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미량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호르몬이나 특수한 물질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자비와 사랑을 자기고 있으면 조그마한 사랑으로도 크게 자랄 수 있습니다.
이기심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큰 것이라도 점점 쇠퇴하고 쇠망하게 마련입니다. 거대한 전장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랑이니 자비니 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부처님은 진실한 의미의 자비는 추상적 이치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바른 행동과 실천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정말로 상대방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려 한다면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관계를 투철히 파악한 행동을 통해서 사랑과 자비는 구현되어지는 것입니다. 말 한마디 생각하나 행동 하나도 관계를 투철히 인지하는 마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러한 마음 가운데 영원이 깃 들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무량한 복덕의 세계가 열려 오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버리는 마음으로 나를 비우면 장벽이 거두어져 무한이 담겨 옵니다. 그러므로 관계의식이 투철한 사람은 크게 되는 법이며, 그 조직 역시 켜져서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내가 양보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이끌어 가려는 의지, 그것이 사랑이며 자비입니다.
절대로 자비나 사랑을 추상적인 의미로 얘기하지 마십시오. 관계의식을 투철하게 간직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현대인들은 너무나 관계의식의 빈곤함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 아들과 딸과의 관계, 사회 조직간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모든 관계성의 회복이야말로 현대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껍데기가 아닌 본질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나’만을 주장하므로 부딪치게 되는 소음으로부터 내면의 본질로 침잠하여 들리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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