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체에 좋은인연의 싹을심자
◆유명한 도원선사 얘기를 말씀 드리지요. 그 분은 큰 도인이십니다.
어느 날 장마가 져서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진 후, 절 경내에 하도 풀이 많이 자랐기에 긴 장대에다가 낫자루를 매어서 풀을 쳐냈습니다. 그런데 풀을 팍 치는데, 뱀이 머리를 발딱 드는 거예요. 멋모르고 쳤더니 뱀의 목이 딱 떨어져 나간 것이지요. 자기가 살생하려고 살생한 게 아니에요. 풀을 긁다보니 그렇게 되었지요. 큰 일 났다 싶어서 그 후 기도를 하고 또 참회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20년쯤 후 어느 날 저녁, 눈이 시뻘건 젊은 친구가 하룻밤을 묵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 도원선사는 퍼뜩 느껴지는 게 있어서 피하려 했지만, 인연이란 백 천 만겁이 지난다 하여도 꼭 만나게 되는 거니까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 친구가 잠자는 기척이 느껴진 다음에 자기는 윗목에 가서 딱 정좌하고 앉아있고, 그 사람 옆에 베개하고 이불을 마치 사람이 자는 것처럼 꾸며놓고 가만히 관찰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 잠자다가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더니 옆을 팍 찌르고는 칼을 꽂은 채 쓰러져 자더랍니다. 스님은 낱낱이 보았으나 다음 날 아침 그 젊은이는 꿈결에 한 짓이기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사가 "자네와 난 이런 사이라네 "라고 그 동안 얘기를 쭉 해주었습니다. "비겼네, 비겼어! 비겼으니 이제 가게나!" 만약에 도리를 몰랐다면 스님은 그냥 당했을 겁니다. 도인이니까 그것을 모면한 것입니다.
우리가 뭔가 모르고 당하는 많은 이유가 암시 때문입니다. 이 수수관계가 암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리는 부처님의 길을 갑니다. 지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고통의 바다가 아닙니까? 그 고통을 모른 채 서로 무지하므로, 법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사니까 서로 암시로 주고받는 대차대조표가 이렇게 교환되면서 계속해서 고통의 너울을 헤어나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어떤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거나 재물에 대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게 전부 대차대조표에 의한 겁니다. 전생서부터의 암시 같은 것이지요.
◆우리의 말과 생각과 행동이 전부 상대방에게 그런 암시를 걸어요.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마누라는 뻣뻣한 여자" 이렇게 암시가 걸리면 아무리 아내가 잘 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보입니다.
◆"우리 남편은 포악한 사람" 이렇게 암시가 걸리면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부족함이 많은 존재임을 인정하고 살아갈 때, 많은 사람들에게 절대로 부정적인 암시를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공격받는 사람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암시를 준 사람들입니다.
◆부드럽고 온유한 생명체는 오래 살아요. 뻣뻣하고 굳은 것이 잘 부러지는 것처럼, 교만하고 잘난 체 행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자기를 낮추고 부드럽고 온유하지요. 소인배는 극도로 충동적이고 난폭하고 행동하는 게 다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이 나를 그르다고 하면 그를 스승으로 받들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나쁜 놈이라 여기지요. 관점이 다른 겁니다.
남들에게 주고 베풀면 부처님 나라의 은행에 넣는 것입니다. 은행에다 예금하면 죽으면 진짜 소용이 없어요. 다음 생에 어느 나라에 태어난다고 하면 한국의 은행에 내가 예금했던 것 줍니까? 그러나 부처님은 불생 불멸이시니까 불전함에 집어넣은 다음, 금방 찾을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마음 가운데 언젠가는 나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처님 전에 시주한 것은 거저 일까요?
부처님은 영겁토록 살아 계십니다. 부처님께 맡긴 것은 무슨 불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부처님 사업이므로 언제 어느 곳에 가더라도 상관없이 모두 받게 되어 있지요. 부처님의 통장엔 모두 기록되어 있지요.
◆ 부처님은 영원 불멸의 존재이시니까 세상에 예금한 통장은 소용없어지지만, 부처님 나라 은행 통장은 부처님이 모두 가지고 계십니다. 내가 시주를 하면서 암시를 걸지요. "이렇게 시주를 하니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좋은 암시입니다. 부처님과 나와의 인과관계가 생기지요.
시주도 불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 나라에 예금한 이자는 시중 은행의 그것과 게임이 안 되지요. 분명한 사실은 마음 가운데 항상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좋은 인상과 암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성불로 가는 길의 첩경입니다. 마장장애가 많으면 자꾸 중도에 퇴진할 수 있으므로 항상 열심히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암시를 걸고 살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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