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가 가야할 길은 세속적인 가치추구가 아니라 영원한 진리의 자각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각하는 일입니다. 세속의 진리나 사회적 가치기준이 왜 진리라는 이름 앞에 허망한가를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 허망성을 알아야 그래야만 자신의 바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숫타니파아타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화과나무 숲에서는 꽃을 구해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 속에서 견고한 것(본성)을 찾아내지 못하는 수행자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함께 버린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수행자는 모름지기 마음의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욕망의 허물, 사념의 허물을 벗어야 합니다. 비록 계율이라고 할지라도 본질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버릴 줄 알아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영적인 삶을 가로막는 훼방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버린다'는 말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바로 그대의 끊임없는 자각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적인 삶이란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유토피아의 삶이 아닙니다. 지금의 삶이 바로 영적인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과 같이 지식의 정보화 시대에 사는 수행자나 철학자들은 현실 속에서의 진정한 삶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속의 사람이 금을 찾듯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러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들은 삶이나 진리, 또는 경험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삶이 곧 진리인데도 그들은 진리를 찾으면서 삶은 찾지 않습니다. 이론이나 지식에서 진리를 찾아낼 수 있다 하드라도 그것들은 모두 죽어 있는 것에 불과 합니다.
이론과 지식은 마음에서 나오고 진리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슴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마음은 생각을 통해서 성장합니다. 생각이란 단지 죽어 있는 것일 뿐입니다. 생각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성장하지 못합니다. 마음속에서 그대는 방황만 거듭할 뿐입니다. 마음이란 단지 지식만을 모으는 생리적인 컴퓨터입니다. 그러나 가슴은 어떤 것을 기억하지도 않고 수집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순간에서 순간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가슴은 살아 움직이면서 살아 있는 순간에 감응합니다.
진리는 삶 속에 있습니다. 나의 삶도 이 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삶을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을 짧은데 하루가 길다고 애달아하고 심각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삶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삶을 놓치게 됩니다.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심각해져서는 안 됩니다. 진지함과 심각함은 서로 다릅니다.
심각해지면 모든 것이 수단과 목적, 방법과 성취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목적지가 있고 그 목적지로 가는 길이 있게 됩니다. 야망이 생깁니다. 심각함은 곧 야망이며, 하나의 질병입니다. 관심을 이 세상으로부터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야망에 찬 마음은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하게 됩니다. 심각함은 종교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심각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철학적인 사람이 됩니다. 심각함은 곧 머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심각한 사람, 사상가가 침울한 얼굴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철학교수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웃지도 않고 놀지도 않습니다. 항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는 삶 자체를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삶 그 자체가 곧 목적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진지한 사람은 완전히 다릅니다. 진지함은 가슴으로부터 나옵니다. 진지한 사람은 심각하지 않습니다. 진지한 사람은 추구하되 목적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추구합니다. 찾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리고 발견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으로 역시 족합니다. 아이는 개를 좇아 달려가다가도 도중에 나비를 발견하면 방향을 바꾸어 나비를 쫓습니다. 그렇게 나비를 따라가다가도 길가에 핀 꽃이 있으면 나비는 잊어버리고 온 관심을 꽃으로 돌립니다. 아이는 심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진지할 뿐입니다. 아이가 어떤 것을 마음에 두면 그는 전체적으로 그것과 함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진지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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