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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 |
 2004-03-03 0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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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시봉 중암 도진스님 인터뷰
＂수행자는 겸손하고 知見을 바르게 가져야 함을 강조 ＂
• 직지사 조실 관응스님 입적 • 관응스님 임종게 남기지 않아
[관응대종사 원적/내가 본 관응스님/
“괴로운 표정 하나 없으셨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으셨습니다. 모두가 수행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관응당 지안대종사의 임종을 지켜본 직지사 산내암자 중암 주지 도진스님은 조실스님의 입적 당시를 ‘안개’와 같다고 표현했다.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이 마치 안개가 스쳐가는 것처럼 고요하게 적멸의 세계로 들어가셨습니다.” 도진스님은 관응스님의 손상좌로 40여 동안 스님을 시봉했다. 용주사 행자로 들어간 18살부터 관응스님과 인연을 맺은 도진스님은 그 이후로 38년 동안 스님의 곁을 멀리 떠난 적이 없었다. 1984년에는 관응스님이 여생을 조용히 살겠다고 서원하고 폐사였던 직지사 중암을 복원하자 도진스님도 이곳의 주지로 부임해 20년을 함께 보냈다.
도진스님은 1965년 도봉산 천축사 무문관 6년 결사에 들어간 관응스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한국불교 사상 처음이었던 6년 결사에 5명 스님이 들어갔지만 끝까지 날짜를 채워 회향한 스님은 2명뿐이었다. 그 중 한 명이 관응스님이었던 것.
또 도진스님은 관응스님의 인자한 미소를 떠올렸다. “꾸지람 한 번 하지 않으셨어요. 인자한 표정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허물을 덮어 주셨으며 교훈을 삼도록 가르치셨습니다.”
도진스님이 들려준 알려지지 않은 비화 하나. 관응스님은 조계종 정화직후인 1959년 조계사 초대 주지로 취임했다. 그와 더불어 최초의 중앙 포교사로 임명됐다. 당시 종정이었던 동산스님은 “중앙에서 포교를 도맡아 할 인물은 관응스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직지사 강주로 있던 관응스님을 한국불교 1번지인 조계사로 불러들여 주지와 중앙포교사 직책을 맡긴 것이다.
관응스님은 수행에 있어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물러서지 않았다. 청암사 수도암에서 안거할 당시가 1975년 세수가 66세였다. 이때 석주스님, 고송스님 등과 함께 안거에 든 관응스님은 손수 빨래까지 하면서 한 철을 보내 젊은 수좌들에게 공부에 대한 신심을 일으켰다. 이같은 수행정진은 세수 90을 훌쩍 넘긴 최근까지도 이어져 식사시간 외에는 항상 좌선하며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고 도진스님은 전했다.
도진스님은 “조실스님은 늘 수행자는 겸손하고 지견(知見)을 바르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선(禪)이나 교(敎)나 어느 것에든 치우쳐서는 안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관응스님은 임종게를 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진스님은 “평소에 말씀하시던 가르침이 모두 임종게요 교훈이므로 따로 있지 않다”고 말했다. 관응스님은 항상 ‘내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는 그림자를 낳지 않는다’고 법문했는데 이것이 바로 임종게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법문에는 상(相)을 내지 말고 소박하고 평범한 수행자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로 장례절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도진스님의 설명이다.
도진스님은 “조실스님을 더 섬기지 못해 아쉬움은 한이 없지만 평소 스님의 법문을 마음에 새기고 더욱 정진해 스님과 같은 임종을 맞이해야 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직지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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