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각하(照顧脚下)」
중세 일본의 무주스님이 쓴 「沙石集」이라는 책에
말을 하지 않는 默言을 결심한 수행승들의 애야기를 다음과 같이 싣고 있다.
어느 山寺에 네 사람의 수행승들이 도량을 장엄하고 모든 잡다한 인연을
끊고,
7일간 입을 다물고 일체 말을 하지 않는 묵언 수행에 들어갔다.
어느 날 한밤중에 등불의 기름이 떨어져 등불이 꺼지자 주위가 갑자기 어둡 되었다.
그 때 등불 앞에 앉아 참선하고 있던 스님이
"어이 시자야! 등불이 꺼졌으니 기름 좀 가져 오너라!"라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이,
"어이 자네! 지금 묵언 수행을 하고 있는 도량에서 왜 입을 열어"하고 나무랬다.
그러자 그 옆에 앉은 스님이
" 여보게! 자네도 입을 열고 있구만!"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노스님은 의기양양한 소리로,
"그래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은 역시 나 뿐이군!"
이라고 하면서 자만에 찬 표정 이었다는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즉, 남의 허물은 잘 보여도 실제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실태를 반성케 하고 있으며,
가장 비근 하면서도 보기 어려운 인간 사고의 절대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禪佛敎에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그 속에서
자기의 참된 자아를 상실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잠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서 살아가도록
주의 시키는 경책으로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禪語가 있다.
즉, 우리들이 자기 주위의 어떤 경계나 분위기, 혹
은 어떤 남의 일에 끄달려 괜히 신경쓰고 걱정하지 말고,
먼저 자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자네 눈앞이나 코앞의 일이나 잘 살피고,
자네 일이나 정신차려 잘 하게!라는
의미가 담긴 경책의 말이다.
이는 禪佛敎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강조하는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비판의 자각적인 교훈이다.
이처럼 사실 禪佛敎는 고상하고 고차원적이며
어려운 철학을 제시하고 있는 종교가
아니라, 우리들 인간이 언제 어디서고
순간이라도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생활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멋지고 진실되고 보람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자네 정신 차리게!"
"주위에 일어나는 잡다한 인연과 현상등
쓸데없는 남의 일에 신경쓰지 말고,
자네 자신이 지금 여기서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네 할 일이나 정신 차려 잘하게"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란 사실 어렵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금방 자기
자신이 주위의 어떤 일이나 분위기에 사로잡혀
자기의 주체성(불성자리)을 잃어
버리고 일상생활 그 속에 자기가 매몰되 버리고 만다.
이처럼 일상생활 그 속에
서 자아를 상실한 채 정신없이 멍청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사람아! 뭘 하고 있는가? 위험해! 정신차려!」라고
주의시켜 주는 말이 바로 「照顧脚下」이다.
즉, 우리들의 일상생활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거나
주위의 경계나 생활 그 자체 속에 매몰되지 말고,
순간순간 자각(念念自覺)하고 반성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자기의 自性 靑淨心'을 잃어 버리지 않고
근원적인 평상심으로 한 순간 한 순간으로 이어지는
자기의 일상생활 하나 하나 그 모두를
주체적이고 진실된 삶으로 가꾸도록 하는
선불교의 실천 정신의 입장을 가장 적합하게 표현하고
있는 자각적인 경책이 照顧脚下인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