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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월 스무 나흘은
 한국 불교의 종조이신
태고 보우 원증국사의 다례일입니다
만법귀일 화두를 시작으로
조주 무자 화두를 타파하시고도
법을 구하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중국으로 가서 56대 전법 조사인
석옥 청공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고 돌아 와서
우교 구산 선교 양종등으로 나뉘어 있던
불교 종파를 조계종이라는 종명으로 하여
원융 불교의 틀을 세우시니
한국 불교의 제 종단에서는
태고 국사를 종조로 하여 법통을 이어 오고 있으며
이승만 정권 당시에 있은 불교 분규로 말미암아
조계 태고 양종으로 나뉘면서
조계종은 불일 보조 국사를 종조로 한다 하였으나
지금은 도의 국사를 종조로 보조 국사를 중흥조로
모시고 있으며
환부역조 할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아직도 태고 보우 국사가 종조라 주장을 하시니
돌아 가신 성철 종정 같은 분들과
태고종등에 속한 스님들이 그렇습니다
국사께서는 중국에 가셔서
당대의 선지식이라는 축원성 선사를 찾으니
이미 열반에 드셨고 그 제자들이 선사의 관문인
삼전어(三轉語)를 태고 스님 앞에 내 놓고
한마디 일러 보라 청하였습니다.
삼전어의 형식은 예부터 선지식들이 후학을
접할 때 흔히 쓰는 공통된 형식입니다.
이를테면 임제 화상에게는 삼구의 관문이 있었고
파능 선사에게도 삼구가 있어
이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그 종문에 들어 법거래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 축원성 선사의 삼전어는 이러합니다.
제일관문은
출가학도(出家學道) 지도견성(只圖見性)인데
차도(且道) 성재십마처(性在什마處)오
즉,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은 다만 견성하기 위함인데
그 성품은 어디에 있는지 말하여 보라’이고
제이관문은
삼천리외정효와(三千里外定효訛)인데
대면인심불상식(對面因甚不相識)이라‘
삼천리 밖에서도 잘못을 가려내는데
어찌 얼굴을 대하고는 알지 못하는고’이며
제삼관문은
전양수(展兩手) 운(云) 차시제이구(此是第二句)인데
환아제일구래(還我第一句來)하라‘
두 손을 펴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제 이구인데
제 일구를 내게 가져오라’ 입니다.
이를 보자 태고 스님은
이 삼전어를 바로 한 게송으로 答하였습니다.
좌단고불로(坐斷古佛路)러니 대개사자후(大開獅子吼)로다
환타노남소(還他老南巢)하니 수각구불노(手脚俱不露)네
앉아서 부처 길을 끊고 사자후를 크게 부르짖는다기에
멀리 오랜 남소 땅을 찾아 왔더니 손과 발을 드러내 놓지 않네.
불노야명여일(不露也明如日)하니 불음야흑사칠(不隱也黑似漆)이라.
아래적서귀(我來適西歸)하니 여독고여밀(餘毒苦如蜜)이로다.
드러내지 않아도 밝기가 태양 같고 숨기지 않아도 검기가 칠통같은데
내가 오니 마침 서쪽으로 갔으니 남아있는 독기가 꿀처럼 쓰구나.
태고 스님의 이와 같은 게송을 즉석에서 들은 축원성 선사의 제자들은
축원성 선사가 생존 시에도 이렇게 명료하고 통쾌한
삼전어의 답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탄복하면서
“우리중국에 참선하는 납자가 수천 명이지만
이 삼관문을 누구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해동의 장노께서 처음으로
축원성 선사의 관문을 한번에 통과하셨습니다.” 하면서
“장노께서 이곳 방장으로 주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하였지만
스님께서는 이를 사양하고 호주 하무산 천호암으로
임제 십팔대 적손인 석옥 청공 선사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나셨다 합니다.
스님은 고국으로 돌아 오셔서
소설암등에 주석하시며 국사가 되시어
제방의 명안 납자들을 제접하시다가
팔십이세 되시던 납월(십이월) 스무 나흘
유시에 열반에 드시니 열반 게송은 이러 합니다
人生命若水泡空 八十餘年春夢中
臨終如今放皮袋 一輪紅日下西峰
사람의 목숨은 물거품처럼 빈 것이어서
팔십여년이 봄날 꿈속 같았네.
죽음에 다달아 이제 가죽푸대 버리노니
수레바퀴 붉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네.
종조 다례를 모시면서
중흥 조사이신 서산 청허 스님까지
다례를 모시고자 준비하는 중입니다
역대 전등 해오신 제대 조사 선지식들의 가풍이
오늘 날 한국 불교의 앞날을 밝히는
장군 죽비의 경책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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