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사랑
속가로 웃대 어른들 묘소에
사초를 하느라 다녀 왔습니다
일하실 분들보다 먼저 산소에 올라
산신제를 간략히 지내노라니
산소 옆으로 못보던 꽃이 눈에 밟힙니다
가까이 가 보니 할미 꽃 한송이가
소담하게 눈을 내리 뜨고 막 피어 나려 합니다
봉분을 새로 조성하면 꽃이 상할까 싶어
분에 심어 유치원 애기들 보여 주고
할미꽃의 전설을 이야기 해 주려
삽으로 떠서 가져 왔습니다
그러면서 아득한 추억 속의 이야기라
자료를 찾아 보고 기억을 더듬으니
할머니 한분이 손녀 둘을 데리고 사셨더랍니다
큰 손녀는 얼굴은 고우나 마음은 모질고
작은 손녀는 얼굴은 보통이나 마음은 착한데
과년하여 부자집으로 큰 아이는 시집을 가고
작은 아이는 할머니 모시고 같이 산다 하다가
평범한 사람에게 시집 갔더랍니다
나이 들고 기력이 쇠한 할머니는
큰 손녀에게 의지하려 가 보니 며칠은 잘하더니
박대가 심하여 작은 손녀 집으로 길을 나섭니다
가다 가다 작은 손녀 집 가까이 고개에서
할머니는 돌아 가고 그 자리에 꽃이 피어 나는데
지금의 할미꽃이더라는 전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무덤가에는 할미꽃이
피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참으로 어렵고 가난한 시절에
꽃에 대한 비유를 들어
효도의 길을 가리키던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에
삶의 여건이 좋아 졌다고는 하나
부모를 버리거나 돌보지 않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가르침이 됨을 생각해 봅니다
할미꽃에 대한 어느 분의 시 한수 올려 봅니다
할 미 꽃
손자 손녀
너무 많아 사랑하다
허리가 많이 굽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 무덤가에
봄마다
한 송이 할미꽃 피어
온종일 연도를
바치고 있네
하늘 한번 보지 않고
자줏빛 옷고름으로
눈물 닦으며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땅 깊이 묻으며
생전의 우리 할머니처럼
오래오래
혼자서 기도하고 싶어
혼자서 피었다
혼자서 사라지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외로운
한숨 같은 할미꽃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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