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선(半善)과 만선(滿善)은 마음에 달려있다.
반선과 만선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경(주역)에 이르기를: "선을 쌓지 않으면 이름을 얻기 어렵고 악을
쌓지 않으면 멸신(滅身)하지 않는다."하였다. 이것은 마치 그릇에 채움에
있어 부지런히 주워 담으면 얼마 안가서 가득차고 게으르면 채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전에 어느 여인 하나가 사당에 가서 분향을 하며 보시를 하려했으나 가난하여
돈이 없었다. 그래서 몸에 지니고 있던 두 푼의 돈을 꺼내 바치자 그 사당의 주지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위해 참회와 복을 빌어 주었다.
그 후 그녀는 궁녀가 되었고 다시 그 사당에 올 때는 수천금을 내어 보시를 했다.
주지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제자를 보내 독경을 하도록 하였다.
그녀가 이상히 여겨 묻기를 "제가 예전에 두 푼의 돈을 내었을 때에는 주지께서 직접
복을 빌어 주셨는데 오늘은 수천금을 보시했는데도 어찌 제자를 보내셨습니까?
주지가 말하길 "예전의 보시는 비록 두 푼의 돈에 지나지 않지만 그 마음이 절실하여
노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그 보답에 부족한 것 같아 그리하였고 지금은 비록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그 진실된 마음이 예전같지 않아 제자로 대신한 것이지요."
이것은 `천금은 반선(半善)이고 두 푼의 돈은 만선(滿善)"이 된 좋은 예이다.
이름이 종리라는 신선이 여동빈에게 철을 금으로 바꾸는 기술을 전수해주며 선행으로
세상을 구하도록 했다. 여동빈이 묻기를 "이러한 금은 언제 원래대로 돌아갑니까?"
종리가 대답하길 "5백년 후에는 다시 철로 되지." 여동빈이 말하길 "그렇다면 5백년
후의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종리가 말하길 "신선의 도를
수학하려면 먼저 삼천가지의 공덕을 쌓아야 하는데 너의 그 한다마디 말로 이미
삼천가지 공덕을 쌓은 것과 같이 되었다. 신선의 도를 배워도 되겠다."
이러한 까닭으로 선행을 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자연스러우며 진실된 마음으로
해야 하고, 그후에 그선을 마음에 두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작은 선행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게 될 것이나 만약에 보답을 바라고 선행을 한다면 평생동안
계율을 잘 지켜도 반선밖에 되지 않는다.
재물을 털어 다른 사람을 구제해 주고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면, 다시 말해서
재물을 내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는데 그 사람이 있든 없든 상관 않거나 그 재물이
본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 한 푼의 돈이라도 천겁의 죄를 씻기에 족하며
한 되의 쌀로도 끝없는 복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경지가 바로 무물무욕이며
삼륜개공을 깨들은 청정한 마음의 경지인 것이다.
반대로 은혜를 베푼 것을 잊지 아니하고 그 보답을 바라며 재물을 내어주기를 마음
아파하는 것은 설사 그것이 만금이 된다 하더라도 반선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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