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태조 이성계 하고 무학대사가
한가롭게 거닐고 있는데,
이성계가 문득 무학대사를 바라보며
'대사, 오늘은 대사께 내가 특별히 할 말이 있소.
그러니 대사께서도 내 말이 끝나거든
기탄없이 말해주기 바라오'라고 하는 거라.
뜸을 잔뜩 들이다가 이성계가 하는 말이
'나는 대사를 볼 때마다 돼지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오.
대사는 나를 어떻게 보시오'하고 물었제.
그라니 무학대사 척 받아서는
'늘 임금님을 뵈올 때마다
부처님같으시다 생각합니다'카는 거라. 그랬더니
이성계가 웃으면서 '나는 대사를 돼지같다고 욕했는데,
어째서 대사는 나를 부처님같다고 칭찬하시오'라고 했제.
그래 가지고 무학대사도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게 그런 것이 아니고,
임금님의 마음이 돼지같으니까 내가 돼지같이 보이고,
내 마음이 부처니까 임금님이 부처님으로 보인다는
말씀입니다'카는 거라. 그라니까
이성계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다가
'오늘 내가 대사를 면박주려 했다가 내가 오히려 면박을
크게 당했구려'하고 박장대소했다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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