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大河)의 마음 허공(虛空)의 마음을 가지라는 것은 우리 마음에 여백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우
리 현대인들의 마음은 전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것이 들어설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싸움이요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삶입니다. 온 세상이 숨 막힐 것 같고 질식할 것 같은 것은 사람
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은 위대한 힘입니다. 내가 나를 텅 비울 수 있는
마음, 그것은 무한한 힘의 원천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 생각을 깊이하게 되고 일에 실수가 없
게 됩니다. 마음을 텅 비울 수 있는 지혜(知慧)가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의미 있게 열어 갈 수가 있
습니다. 번뇌가 가득 찬 마음은 노이로제나 각양각색의 병들을 불러올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탐욕은 인간의 죄의 원천이며, 불만은 재앙을 부른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탐욕과
불만이 가득 찬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까 이 세상은 죄와 재앙이 넘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의 여유
를 가지고 욕망의 짐 덩어리를 내려놓으면, 우리는 훨씬 힘들지 않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부처님과 하나 되는 마음입니다. 기도를 하면서도 부처님께 구하고 부탁하
는 욕망으로 꽉 찬 기도를 합니다.
사실 기도는 내 마음 가운데 여백을 갖게 하고 내 마음을 영원으
로 향하게 하는 작업입니다. 또한 내 마음 가운데 대하(大河)와 대해(大海) 그리고 허공(虛空)을 자
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아주 필요한 것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
같은 마음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많은 비난을 받다 보면 자신을 추스를 수 없을 만큼 괴로울 때가 많
이 있습니다. 그 충격을 수용해내는 스펀지 같은 마음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역경 속에서
사람들이 단단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역경을 흡수하여 그것을 소화해내고 아픔을 감내해 나가다 보
면, 점점 대가의 마음으로 그 그릇이 커가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푸른 숲은 왜 인류의 어머니이고 모든 사상이 자연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겠습니까? 자연
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모두를 평안하고 안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칸트의 말처럼 자연
은 위대한 방음장치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것을 다 여과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대한 사상은 자연과 자주 접하고 마음을 텅 빈 허공처럼 비우는 데서 우러나오게 됩니다. 부처님
께서도 항상 마음을 텅 비우고 사색하라고 하셨습니다.
위대한 사상이란 시냇물이 흐르듯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오랜 역경
의 시간을 거치면서 단련되어져야 합니다. 자연의 생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물에 사는 붕어와 집
에서 기르는 금붕어의 산란율이 다릅니다. 붕어는 보통 한 번에 만 개에서 만 오천 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어항에서 자란 금붕어는 한 삼천 개 안팎의 알 밖에 낳지 못합니다.
프랑스의 유명
한 인류학자 제르키안은 부유한 집과 가난한 집의 자녀출산율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부유한
집의 자녀출산율은 대단히 낮고, 가난한 집의 출산율은 비교적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들판에 있는 잡초도 마찬가지입니다. 들판의 잡초는 누가 보살펴 주지 않아도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
고 있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난초는 과잉보호 속에서 외부의 충격을 당해보지 않다 보니까 생명력
이 강하지 못합니다.
호박 가지 감 귤 등 이런 식물들도 충격을 가해주지 않으면 수확이 많지 않습니
다. 그래서 그러한 식물들은 순을 잘라 외부에서 자극을 주는 충격요법을 씁니다. 외부에서 충격을
가하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가운데는 자연치유의 세계가 있습니다. 자연은 외부의 자극에 대응해서 환경을 조
성해 나가는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통과 고행, 난행을 자꾸만 겪으면 겪을수록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장치가 계속 생겨납니다. 돌팔매질을 당하는 고통을 당할 때마다 마음
을 키워 나가게 되고 대하심(大河心)과 대해(大海)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연습이 대가(大家)를 만든다.”고 했듯이 그러다 보면 고통과 고행을 극복하는 대가(大家)가 되어집
니다. 작은 고통은 물론 큰 고통조차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대가(大家)의 역량이 비축됩니다. 어느 사
이 외부에서 닥쳐오는 모든 고통을 슬기롭게 흡수할 수 있는 쿠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같이 위대한 고행(苦行)을 하신 분은 중생들과는 차원이 다른 위대한 쿠션을 가지고 계실 것
입니다. 항상 평안하고 안락한 지고(至高) 지순(至純)의 경계에 달할 수 밖에 없으셨을 겁니다. 모
든 번뇌와 망상이 잠자 버린 평안과 안락의 세계, 즉 열반을 얻으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외부의 충격이나 역경이 가해지지 않으면 단단해지지 않습니다. 상류층의 자녀들 가운데 범죄자가
많은 이유가 바로 외부의 충격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부딪쳐 오는 충격에 약하고, 그 충격을
완화시켜줄 쿠션이 없다 보니까 반응이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응이 예민하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귀한 자식일수록 역경을 많이 겪게 하여
역경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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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2 0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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