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국사 정월 초하루 법어 보냅니다
불심시심 - 더함도 덜함도 없다
…
그림 백운거사
더함도 덜함도 없다…
少者添一歲
(소자첨일세)
老者減一年
(노자감일년)
非干老少者
(비간노소자)
無減亦無添
(무감역무첨)
어린이 한 살 더하고
늙은이는 한 살 감했으면 하나,
늙은이 어린이할 것 없이
덜함도 없고 더함도 없다.
윗 시는 고려 조계종의 제2세 진각국사의 정월 초하룻날 상당법어이다.
법어이니 진리의 말씀이다.
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함에도 여기서 시로 소개하는 것은 언어적 결함이나 내용이 시로 수용하여도
흠될 것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불교적 선이 시와 쉽게 만날 수 있고
그러기에 선시(禪詩)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진각국사께서 설날 당에 올라,
‘오늘 아침에는 시절에 따른 인연을 들어 말하리라’ 하면서
위와 같은 시적 법리를 말씀하시고는,
더하거나 덜하는 것이나,
더함이나 덜함도 없다는 그 생각 자체를 모두 집어던져라 하였다.
큰 스님의 설날 설법으로 두고두고 새길 만한 말씀이다.
섣달 그믐과 정월 초하루의 시간 거리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건만
사람사람의 느낌은 그 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믐날의 아침밥상이나 초하루날의 아침밥상이 다 같은 밥상이요,
마주 앉은 할아버지나 손자도 다 같은 그 할아버지 그 손자일터인데
할아버지는 한살 더 먹었으니 더 늙었다하여 서글퍼하고
손자는 더 컸다 하여 즐거워 한다.
떡국 한 그릇 앞에 놓고 느끼는 시간의 개념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것인가.
시간의 거리란 항시 변함 없이 같은 것이로되 그 시간을 대하는 사람
사람의 느낌은 그야말로 찰나와 영겁의 거리로 무상하다.
그러니 모든 것이 너의 처지,
너의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스님은 너의 처지대로 느끼는 그 생각,
더했으면 덜했으면 하는 그 생각을 저 멀리 집어던지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 자체가 없을 때 떡국을 마주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마음은
같아질 것이요,
마음이 같았으니 손자와 할아버지라는 시간 거리가 없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십세 고금의 긴 시간도 찰나에 수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종찬 <동국대교수>
부다피아]에서 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