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아(無我) ★
한 스님이 백장 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선사가 반문했다.
“묻는 그대는 누구인가?”
백장 선사는 이렇게 자신의 불성을 깨우쳐주기를 구하는
한 선승의 질문에 “먼저 너 자신을 살펴라.”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 대화에서는 정보화 사회,
상품주의 문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먼저 그대 자신의 진정한 삶을 구하라는
순수하고도 즉각적인 가르침이 읽혀진다.
불교는 자기 탐구의 가르침,
자기 발견의 길(道)이다.
그러나 불교는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설한다.
모든 것에 실재하는 자아란 없다는 가르침이다.
더욱이 무아의 교리는 초기불교부터 선(禪)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시되는 가르침이다.
실재하는 자아가 없다면 자기 탐구의 가르침,
자기 탐구의 길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 혼돈을 넘어서 보다 성숙한 불교의 이해를 위해서는
성실한 경전 읽기는 물론 교리를 이해하기 위한 지혜의 성숙,
안목 있는 불교의 교사들이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여 동요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의 모습은 물이 메말라가는 개울에서
허덕이는 물고기와 같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내 것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현자는 양극단에 대한 욕망을 다스리고
감관과 대상의 접촉을 잘 알아서 탐착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조차 비난할 나쁜 행위를 하지 않고
보고 듣는 일에 미혹되지 않는다.
『숫타니파타』777·778송
삼독의 사슬에 묶여 있는 ‘나의 자아’는 슬프다.
번뇌에 오염된 아집(我執)에 사로잡혀
덧없는 존재들을 영원하다고 생각하고 집착하며
소유하고자 하는 끝없는 욕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집착과 소유욕이 강해질수록
거기에 다시 자신의 탐욕을 합리화시키는 문자언구로 욕망을 치장하지만
삶의 고통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고통의 강도는 더욱 높아져 간다.
그러므로 초기불교 이래 불교의 현인들은
인간의 무한정한 탐욕과 무지가 결국 인간으로서의
의식과 자유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켜나가며
심신의 이중고(二重苦)를 불러온다는 것을 지적해 왔으며
불교가 설하는 무아의 교리는
이 지구상의 어떤 종교와 사상보다도
가장 직접적으로 오염된 자아와
그 결과에 대한 성찰을 요청하는 가르침인 것이다.
나는 이 가르침을 해탈의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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