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어떤 존재의 힘이 미치고 있음을…”
(신 명덕선 경험담으로 옮겨 온 것 입니다.)
즐겁고 뜻깊은 종교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불교공부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음이 지광스님과 권교수님의 절절한 바램과 기도의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상에 묻혀 살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난 줄도 모르고 본인의 습성에 젖어 무의미하게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근본 이론을 익히고 행함에 익숙지 못한 중생들을 일깨우려 그렇게도 열과 성의를 다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뵙고 하루가 더더욱 의미 있고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어쩌면 부처님보다도 열정적으로 사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나태한 나의 생활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분발하여 더욱 열심히 다닐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종교도 가져보지 못했던 저에게는 너무도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종교인들의 모습들이 아름답다기보다는 오히려 피하고 싶을 정도로 부정적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아갔던 사찰의 모습은 조용하고 순수한, 그래서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던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그래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살다보니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허전함이 가슴팍을 헤집고 일어섬은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 간 소아과 전문의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좋게도 그동안은 큰 의료사고 없이 여유 있게 살아왔는데 얼마 전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돌 지난 아이가 감기로 찾아와 확률적으로 거의 부작용이 없는 주사를 처방하였는데 주사를 맞고 병원을 나서던 중 갑자기 호흡이 멎고 새파래지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응급처치를 다 해보아도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고 항문까지 열려버려…
한마디로 의학적으로는 사망이었습니다. 그 순간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며… 저는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가 깊은 호흡을 내 쉬고 얼굴에 홍조가 돌더니 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놀라 말을 잊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무언가 다른 존재의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힘이 얼마나 나약하며 그런 엄청난 일 앞에서는 얼마만큼 무력해 질 수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것을 깨닫는 순간 부처님의 상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산행을 할 때나 우연히 사찰에 들를 때면 무작정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곤 했지만 쉽게 종교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었는데 그 순간 제게 종교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원성취를 비는 기복적 믿음보다는 저를 지켜주는 절대자에 대한 감사를 전할 대상으로서의 부처님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 일을 겪은 후 우연히 초등학교 적 친구를 만나 능인선원에 오게 되었고 원장스님의 법문을 듣고 보니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마치 생명이 연장된 듯한 값진 시간이었음을 느낍니다.
스님, 정말 감사 드립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의문이 생기 듯, 요즘 제가 이렇게 부처님 전에 나오게 된 것 또한 이미 정해진 인연에 따라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더욱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이제는 겸손함을 지닌 불자 의사로 타인의 생명을 다룸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그에 더하여 부처님의 보살핌이 환자 모두에게 함께 하여 지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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